Getting Things Done(GTD) 방법론으로 삶의 균형 찾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업무, 그리고 개인적인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메일함은 항상 넘쳐나고, 슬랙 알림은 끊이지 않으며,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과 해야 할 일들은 우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복잡한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삶에 반영까지 해야 한다.
효과적인 할 일 관리 방법론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책임과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정신적 평화와 삶의 균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늘은 내가 2020년부터 삶에 적용시킨 할 일 관리 방법론인 'Getting Things Done(이하 GTD)'를 소개하려 한다.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여 나의 삶에 맞게 어떤 식으로 변형해 쓰고 있는지 간단히 덧붙여 설명하겠다.
GTD
GTD는 데이비드 앨런(David Allen)이 2001년 출간한 '할 일 관리의 기술(Getting Things Done)'에서 제시한 시간 관리 및 개인 생산성 향상 방법론이다. 국내에서는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GTD의 기본 철학은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꺼내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에 저장함으로써 정신적 부담을 줄이고, 현재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GTD Workflow
GTD는 5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1] 수집(Capture)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 아이디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꺼내 신뢰할 수 있는 'Inbox'에 모은다. 이메일, 메모, 음성 녹음 등 형태에 구애받지 않아야 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Inbox'는 정보 유형 및 목적에 따라 분리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단일화하는 것이 좋다. 추후 단계에 따라 정보들을 집중하여 분류할 수 있어야 하기에 최대한 신경써야 하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
[2] 명확화(Clarify)
수집된 항목들을 하나씩 검토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결정한다.
- 실행 가능한가? 실행이 필요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 2분 이내에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즉시 처리한다.
- 여러 단계가 필요한가? 프로젝트로 분류한다.
-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가? 위임하고 추적한다.
- 나중에 참고할 자료인가? 참고 자료로 보관한다.
여기서 개인에 따라 단계를 추가할 수도 있고 변경할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2분이라는 시간 제한을 5분으로 늘려 적용했고 위임 항목 같은 경우에는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추가로 2, 3 단계에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있다. (5단계에서는 지킬 필요가 없다.)
- 맨 위에 있는 항목부터 처리한다: '처리'라는 단어는 '그 일에 시간을 쓴다'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 한 번에 한 항목씩 처리한다.
- 수집함에서 꺼낸 건 무엇이든 다시 집어넣지 않는다.
[3] 정리(Organize)
위의 단계에서 명확화된 항목을 적절한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 프로젝트 목록: 여러 단계가 필요한 목표
- 다음 행동 목록: 즉시 실행 가능한 단일 작업
- 대기 중: 다른 사람에게 위임한 작업
- 언젠가/아마도: 지금은 실행하지 않을 아이디어
- 참고 자료: 나중에 참고할 정보
[4] 검토하기(Reflect)
정리된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
- 일일 검토: 오늘의 작업 확인. 익일 일정 및 작업 확인
- 주간 검토: 시스템 전체를 점검하고 업데이트
- 프로젝트 검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다음 행동 확인
이 모든 검토 과정에서 언젠가/아마도 항목을 매번 점검해야 한다. 계속 쌓아놓기만 하면 까먹기 마련이다. 검토 과정을 통해 이를 최신화해줘야 한다.
[5] 실행하기(Engaze)
다음 네 가지의 기준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을 선택하고 실행한다.
- 상황: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 이용할 수 있는 시간
- 쓸 수 있는 에너지
- 상대적 우선순위
일과를 처리 확인하기 위한 3중 모델은 아래와 같다.
- 미리 정해진 일을 한다.
- 예상하지 못했지만 즉석에서 생긴 일을 한다.
- 일을 정의한다.
이 3가지 유형의 활동을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겨 미리 정해놓은 일 대신 갑자기 나타난 일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판단에 따른 의식적인 선택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Project
데이비드 앨런(David Allen)의 GTD 방법론에서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규모 업무나 공식적인 이니셔티브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GTD에서 프로젝트는 "완료하기 위해 두 단계 이상의 행동이 필요한 모든 결과"로 정의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헷갈린다. 우리가 지금까지 정의해왔던 '프로젝트'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정의는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는 많은 것들이 GTD의 관점에서는 프로젝트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 가족 여행 계획하기
- 친구 생일 선물 준비하기
- 조별 과제 마무리하기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한 번의 행동으로는 완료할 수 없으며,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GTD 시스템에서는 이들을 모두 '프로젝트'로 분류한다. 해당 과정은 GTD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 중요할까?
GTD에서 모든 다단계 활동을 프로젝트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할 일 목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단일 작업으로 이루어진 할 일과 여러 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구분하지 않으면, 할 일 목록이 금방 정체되고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금 신고하기"라는 항목이 할 일 목록에 몇 주 동안 계속 남아있다면, 그것은 실제로 하나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세금 서류 모으기", "세무사 예약하기", "필요한 양식 작성하기" 등의 구체적인 다음 행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데이비드 앨런은 모든 활성 프로젝트를 하나의 목록에서 관리할 것을 권장한다. 이 프로젝트 목록은 주간 리뷰 시간에 검토하며, 각 프로젝트마다 최소한 하나의 '다음 행동'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떤 프로젝트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프로젝트 목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정신적 부담을 줄이고, 모든 중요한 활동이 진행 중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작업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실전 적용 단계에 대한 조언
GTD를 적용하기에 알맞은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개 나와있다. Omnifocus 4, Things 3, Todoist, TickTick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존재하므로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나는 이 중 Things 3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아래와 같은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 디자인이 예쁘다. Apple Design Award에서도 수상할만큼 공인된 사실이다.
- Apple 기기에 최적화되어있다. 나는 사과 농장을 키우고 있다. 모든 제품이 Apple 제품인데 이에 최적화가 너무 잘 되어 있다.
- UX가 미니멀하다. 지금까지 타 서비스들을 사용해본 경험 상 뭔가 복잡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Things 3는 사용하기에 직관적이었다. 처음도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렇다.
아쉬운 점도 있다.
- 가격 정책이 구독 형태가 아닌 한 번 구매하면 끝이다. 이렇게 보면 좋아보일 수 있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맥 모두 따로 구매해야 하여 합치면 약 8만원에 달하는 돈인데 처음 사용하는 입장에서 약간의 지불로 이를 체험할 수 있지 못한다는 건 아쉬웠다.
- 기능 업데이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지금은 이 앱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데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저들이 추가했으면 하는 기능들이 꽤 있는데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나는 너무 아쉬움을 느낀 나머지 이 요청들을 바탕으로 UX적으로 더 나아간 할 일 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아마 올해 상반기 쯤 출시하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하며
GTD 방법론은 단순한 할 일 목록 이상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제공한다. Things 3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GTD의 원칙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 패턴과 업무 스타일에 맞게 시스템을 조정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꼭 사서 읽었으면 한다. 책에서는 오프라인 위주의 실천 방식을 서술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도 이 방법을 만든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 맞게 적용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약 6년의 시간 동안 GTD 방법론을 내 삶에 적용하며 긍정적인 영향들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GTD는 단순히 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 적은 스트레스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삶의 방식이다. 머릿속의 모든 것을 꺼내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맡기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평화를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참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