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도

삶의 지도
photo by me / RICOH GR3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 읽기 편하도록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였다.

경험의 시작

중학교 때까지는 내가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성적만 어느 정도 맞춰놓으면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든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결정하려던 중 매우 충동적으로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라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해킹방어과라는 과를 보며 ‘우와 멋지다’라는 생각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때 당시에 이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고 결정한 뒤 조금이라도 가산점을 받기 위해 완전 노베이스인 상태에서 정보처리기능사를 3개월 만에 취득하는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 빠지면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정도 성적을 맞춰놓은 덕분인지 널널하게 합격할 수 있었고 전교 13등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개발을 처음 접한 나는 실력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전략을 세웠다. 개발의 기본인 C, Java부터 알고리즘까지 수업과 개인 공부를 통해 실력을 늘렸다.

사실 내가 들어온 과가 해킹방어과여서 주변 친구들을 따라 해킹 관련 공부, 스터디 등 여러 활동을 해봤는데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랑은 맞지 않는구나 라는 느낌을 확 받게 된다. 이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남이 만든 서비스를 보완시키는 것보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정도 기본을 쌓은 이후에 명확한 목표를 잡고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 하여 어떤 분야를 할지 확실하게 정하고 나아가려 했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이 별로 하지 않는 스택을 정하고 싶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내가 만든 앱이 관여했으면 하는 바람에 Android App 개발 분야를 택하게 된다. (당시 내가 Android 폰과 Windows 노트북을 쓰고 있었다는 점도 어느정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implude 라는 Android 앱 개발 동아리에 가입하고 당시 떠오르던 스택인 Kotlin까지 공부하며 나의 능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경험의 확장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이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되돌아봤을 때 이 시기가 가장 나에게 이 목표에 대한 확신을 준 시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 때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하려 하니 스트레스, 체력적인 부분에서 몸을 혹사시켰다.

먼저, 나는 #implude 동아리의 일반동아리장과 창업동아리장을 맡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 대해 공부하고 이 경험과 지식들을 동기, 후배들과 서로 공유하며 실력을 향상시켰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 각각에 대해 시도하여 나와 맞는 분야인지 그리고 어떤 관련이 있을지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이 지금까지 나에게 엄청 큰 도움이 되고 있다. UI/UX Design에 대한 능력도 이때부터 습득하게 되었다. 내 목표인 T자형 인재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되어줬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서 IoT 관련한 주제로 부스를 운영하는 재밌는 경험도 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대회 및 공모전에 나갔다. 고1 막바지부터 대회를 나가기 시작해 고등학교 생활동안 총 13개의 대회 및 공모전에 나갔고 그 중 6개의 수상 경력을 쌓았다. 대회끼리 겹치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공백기가 한 달도 채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주 분야인 Android 앱 개발과 더불어 기획, UI/UX 디자인, Backend 까지 각 대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경험에서 창업에 대한 꿈이 생겼다. 원래는 사람들이 내 앱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바람에서 시작했다면 이때부터는 내가 원하는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여러 대회 및 공모전을 나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STAC 2019이다. 나는 여기서 기획, UI/UX 디자인, Backend(node.js, express) 역할을 맡았다. 원래는 이 공모전에 안 나가려 했다. 당시에 너무 하고 있는게 많기도 했고 공모전의 존재 사실을 알았을 때 지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 우리 학교에서 이 큰 대회 수상경력도 꽤 여러 번 있어서 항상 몇 팀 씩 지원을 했었는데 올해는 없다 너희가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은 걸 알고 있으니 해볼 생각 없을까? 라는 말을 들어 급하게 팀을 꾸려 이틀만에 지원 서류들을 작성하고 지원하였다. 이렇게 시작하여 약 6개월 동안의 진행 끝에 'SmartCycle' 이라는 프로젝트로 STAC 2019 미래산업부문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받았고 덕분에 대만 해외연수도 다녀올 수 있었다. 몇몇 곳과는 인터뷰도 하고 지식채널-e에도 메인으로 출연하는 재밌고 신기한 경험도 했다. 이런 수상 경험들이 없었다면 의욕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정받고 이를 통해 더 발전해나가려는 욕심을 부림으로써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개발 외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대표적으로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서 약 1년 동안 전교회장을 역임했다. 많이 부족했지만 여러 행사들도 기획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함으로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학업, 개발, 인간관계.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전교생 중 일부 앞에서 발표도 하였다. 그리고 리눅스마스터 2급,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더 나아가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다양한 고민들을 했다.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나에게 성적은 무시할 수 없었고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나는 개발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개발이 너무 좋았다.

일반동아리장과 창업동아리장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하였다. 창업동아리에서는 ‘MOLA'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타 마이스터고의 한 앱 개발 동아리와 협업하여 'MAHA'라는 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나는 기획과 앱 개발 모두 참여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른 동아리장 및 동아리원들도 열심히 해줘서 2020년 비즈쿨 창업동아리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외주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외주라는 것은 너무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주변 사람에게 외주 해 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건네받아 진짜 매우 간단한 외주를 진행했다. 간단한 시간표 앱 제작이었는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숭실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새로운 세계

가장 먼저 나는 Yourssu라는 동아리에 Android 팀으로 가입하였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교 진학의 가장 큰 장점은 양질의 교육도 있겠지만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향해 같이 달려가는 과정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Yourssu 에서 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는데 먼저 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인 ‘숨쉴때’ 서비스를 유지보수하고 성적표 기능 추가 TF에서는 PO를 맡아 진행하였다. 다음으로는 YDS(Yourssu Design System) 컴포넌트 추가 TF를 같이 진행하기도 하였다. 축제 때는 동아리 부스도 운영하며 누구나 생각하는 대학교 생활을 즐겼으며 학교에서 동아리 연합으로 주최하는 IT 컨퍼런스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KMP(Kotlin Mutliplatform)에 대해 발표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군대에 있지만 입대하기 전에 Android 팀의 Lead를 맡기도 하였다.

대학교에 들어오자마자 Software Maestro에 지원하여 12기를 수료하였다. 사실 지금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나의 이상향에 큰 영향을 준 경험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다양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서울에 있는 센터에서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만나서 개발하고 멘토링을 듣는 과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선릉이라는 지역을 지나갈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큰 동기부여를 받는다.

외주를 몇 번 받아 진행하였다. 아예 원격으로 진행한 건도 있었고 일부 회사에 상주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건도 있었다. 뭐가 됐든 내가 진행하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개발자라고 해서 개발 능력만 좋아서는 안되겠구나 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도 그대로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었던 적이 매우 많았다. 특히나 기획적인 측면에서 처음에 말한 사항들이 끊임없이 수정되고 추가되는 과정에서 쌓이는 피로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이런 사항들을 보완하기 위해 문서화를 꼭 진행했고 이에 대한 나만의 스타일을 어느정도 확립하였다. 이 방식은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며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힘은 많이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인 나를 믿어주고 일을 맡겨주신 클라이언트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이 덕분에 금전적으로 어느정도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었고 내 나이대에 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 미래 삶의 목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군입대

원래는 더 늦게 입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려고 계획하다보니 언젠가 무조건 존재할 군입대로 인한 공백이 계속 걸렸다. 군대에서도 경력이 끊기고 싶지 않았고 그 중 Software Maestro 수료 경력이 있는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은 육군 SW개발병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으로 넘어갈 때부터 육군 SW개발병에 계속 지원하였다. 총 3번의 시도만에 합격하여 2023년 9월 입대하였다.

보안과 관련된 사항이라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경험에 대해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외적인 것들에 대해 얘기하자면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 매우 많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전부 모집병이다 보니 각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들이 꽤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우리 생활관은 SW개발병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개발 경험에 대해 많은 것들을 듣고 공유할 수 있었다. 육군창업경진대회, 국방부 공공데이터 경진대회 등 다양한 대회들도 같이 나갔다. 여러 자격증들도 취득하고 있고 Android 앱 개발도 간간히 하여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전역까지 약 6개월 정도를 앞둔 상황이다.

앞으로는

요즘 관심있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 생산성 도구 및 이론
  • 블로그 글 작성
  • Compose Multiplatform
  • HTMX
  • 창업

나는 관심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욕심 많은 사람이다. 전역 이후에 바로 복학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려 한다. (가장 메인이 되는 것은 창업이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항상 이런 글을 쓸 때면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회고성 글들을 썼다 지웠다 하며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 글은 최대한 이런 것들을 내려놓고 쓰려고 노력했다. 읽는데 두서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글을 쓰니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의 목표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누구나 기회가 된다면 꼭 공개적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글을 작성해보고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Park Sang-uk

Park Sang-uk

South Korea